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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일기와 칼럼 사이)

[명절/설날 가족과의 대화] 이런 마음으로 주고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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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민족대명절 설날 하루 전이다. 공식 연휴의 시작! 요즘은 문화가 많이 변해서 명절에 꼭 가족과 함께하기보다 연휴를 이용해서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다르게 보내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설날 명절 연휴를 보내는 방법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날이지만, 또 누군가에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는 날이다. 가족을 만나고 인사를 드리는 일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할 것'을 하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을 만나지 않을 수는 없다. 

어차피 명절에는 가족과 친척을 마주한다. 이럴 때, 어떤 마음으로 이들을 대하면 좋을까. 아직 이런 주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오늘 점심 어머님 집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 말다툼을 하며 생각이 들었다. 싸우는 이유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화를 시작할 때, 무신경한 한 마디를 뱉는다. 그리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상대방은 기분이 안좋아졌고 그 안좋아진 감정을 그대로 표출한다. 그리고 서로 과거의 일을 늘어놓으며 기분 상하는 싸움을 반복한다. 대부분 이런 패턴이 부모간 싸움의 시작이지 않을까.

어머니는 내게 문자를 보낼 때, 존댓말을 쓰라고 하셨다. 나는 왜 문자 주고 받는거까지 나를 교정하려 하느냐고 대들었다. 그냥 "네" 하고 넘어가면 될건데, 매 번 그 한 마디를 못한다. 어머니는 왜 아들인 나를 항상 바꾸려 할까. 아마 어머니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럴 것이다.

사실 나는 어릴 때 조금 어리버리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생활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약게 행동하는 타입의 아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나를 걱정했다. 나의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 관여하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리고 "약게 행동해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반면, 동생에게는 이런 잔소리를 잘하지 않는다. 또 다른 류의 잔소리를 한다. 동생과 나는 같으면서 다른데, 어머니는 서로의 단점을 찾아서 그에 대해 지적을 해주신다. 그렇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30살이 넘은 지금의 나는 아직도 '약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나름의 장점을 살려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다. 음,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믿는다. 꼭 약지 않아도, 눈치가 빠르지 않아도 잘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내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보이지 않았을까. 이 마음이 걱정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냥 넘어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조금 어릴 때의 나는 이런 어머니를 고쳐보고자 했다. 예를 들면, "엄마, 나는 이런 장점이 있고, 내 나름대로 잘하고 있어. 내가 돈도 드리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나를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말아줘.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라고 설득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알았어, 엄마는 아들 믿지~"라고 대답했지만 그때 뿐이다. 어머니는 60년 넘는 세월을 어머니로 살아오셨다. 부모가 자식을 바꾸는 일도 쉽지 않은데(대부분의 부모들이 실패하는데), 자식이 부모를 바꿀 수 있을리 없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부터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어머니는 어머니고, 나는 나다. 최대한 관여하지 않고 서로를 바꾸고자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처럼 가끔은 실패한다. 

오늘 미리 가족을 만났다면 벌써 불쾌한 상황을 마주하셨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내일 가족을 마주할 예정인 분들이면 이런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바꾸려 하지말자, 받아들이자" 둘 중에 한 명만 이런 마음을 가지면 충분히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는 명절이 되지 않을까. 잔소리를 해도 어차피 자식은 바뀌지 않고, 잔소리 하지말라고 대들어도 부모 역시 바뀌지 않는다. 그냥 둘 중 하나가 포기해야 한다. 부모가 잘했다거나 자식이 잘했다거나 등의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은 한 쪽이 포기해야 끝나는 싸움이다. 이 글을 본 당신이 포기하길 바란다.

포기라는 단어가 거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버려야 새로 얻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이렇게 괜한 싸움을 포기하면 얻는게 많다. 스트레스가 될 것 같은 가족과의 시간이 좋은 기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를 바꾸고자 하는 욕심은 스트레스를 만들 뿐이다. 이번 설 가족과의 만남, 그리고 대화. 이런 마음으로 주고 받길 권한다. 그래서 명절증후군 없이 충전된 상태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모두 새해복 많이 받길 바란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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