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직장 사람들, 다른 직장 사람들,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몇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직장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죠. 사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직장생활은 없습니다. 제목을 보고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 페이지로 들어오셨을텐데, 결론이 "그런 방법은 없다"라서 조금 화나셨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조금 화를 누그러트리고 글을 조금만 더 읽어주세요. 마지막 즈음에 가면 원하는 답은 아니더라도 다소 괜찮은 대답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직장인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모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최근에 입사한 새내기 김주임도, 3년차에 접어드는 박대리도, 이직 고민에 빠져있는 유과장과 이직한 민차장, 그리고 매일 같이 우리에게 화만 내는 최팀장과 눈 앞의 성과에 눈 먼 홍상무까지도 우리는 모두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직장 스트레스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우리 모두가 겪을 수 밖에 없는 미세먼지같은 것입니다.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을 그만두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직장을 쉽게 그만둘 수 없습니다. 직장을 그만둔다해도 또 다른 직장을 다니고, 그 직장에서 새로운 스트레스를 만나기 마련이죠.
[나는 왜 직장에 다니는가,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을까]
직장을 그만두기 위해서는 직장을 다니는 이유부터 찾아야하고, 그 이유를 충족시킴으로써 직장에서 벗어나야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입니다. "돈이 많으면 나는 직장에 다닐까?" 글쎄요, 저는 직장에 다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굳이 직장을 다닐 필요가 없죠.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 시간과 에너지가 생기고, 그 시간과 에너지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지구를 여행하는 지구별 여행자라고 가정했을 때 직장안에서보다 직장밖에서 우리는 훨씬 많은 것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능력이나 경험을 쌓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혹은 명예를 위해서,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 심심해서 등 다른 이유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직장을 경제적 이유로 다니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부자가 되십시오. 그래서 직장에서 벗어나십시오.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준비 이후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은 대부분 만족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면 행복합니다. 더군다나 오로지 목적이 돈밖에 없었던 직장에서 벗어났다면, 그 만족도는 더욱 높아지겠죠.
[안받을 수 없다면, 적게 받자 스트레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직 우리는 직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직장 스트레스를 그저 견딜 수 밖에 없을까요. 맞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견뎌야합니다. 그렇지만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는 날리고, 불필요하게 받는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자세가 필요합니다.
핵심은 직장과 나를 동일시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사라집니다. 회사가 어려운 것은 회사 사장이 걱정할 일이지,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직장인은 다른 직장으로 가면 그만입니다. 그렇다고 대충 다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과 세대마다 다르겠지만 직장을 대충받으면 그거대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우리는 공정함에 대한 니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이 나에게 해주는 월급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만큼의 성과와 업무를 직장에서 해내면 됩니다. 그리고 그 이상의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이죠.
직장생활에 감정을 섞기 시작하면 복잡해집니다. 무언가 이루었을 때 성취감이 클 수 있지만, 무언가가 잘 되지 않았을 때 상실감이 큽니다. 직장생활에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개인에게 이롭습니다.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게 가장 좋습니다. 덜마주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는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합니다. 피할 수 있으면 좋지만, 피할 수 없는 경우를 마주할 수밖에 없죠.
그럴 때는 나에게 스트레스주는 그 사람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답답한 신입사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다면 그 신입사원은 "여기 못들어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측은하게 바라보고, 팀장으로 스트레스 받는다면 팀원들에게 욕받이 역할을 하고 있는 그 팀장을 안타깝게 바라보길 권합니다. 그러면 화나는 마음이 조금 가라앉고,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 사람은 회사 사람일 뿐입니다. 가끔 회사에서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날 수는 있지만 모두가 좋은 친구가 될 수는 없습니다. 회사 사람들과는 너무 가깝지도 않게, 그리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가 되길 권합니다. 말은 쉬운데, 참 어렵기는 합니다. 적당함이라는 단어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렵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오랜만에 연락해도 반갑게 서로 인사할 수 있는 정도의 사이가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각자의 기준에서 적당함을 유지하는 것이 직장생활 스트레스를 줄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에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과장, 차장 이상이 되면 회사를 나간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어릴 때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내가 다른 회사로 옮기기 어려워진 상황이 되어, 회사가 나를 버리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그 시기입니다. 그 시기가 오기 전에 회사에 너무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비빌 곳을 준비해두어야 합니다. 제가 지금 그 시기인데, 마땅한 비빌 곳이 없어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회사가 언제 나를 버려도 살아남을 수 있는 비빌 곳을 만드는 데 최대한 당신의 시간을 투자해야합니다. 그래야 회사를 나왔을 때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고, 회사를 다니면서 조급하지 않게 스트레스 덜받으며 다닐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의 이 블로그가 그런 비빌곳이 되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열심히 해보고자 합니다. 비빌 곳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인내가 필요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모두를 응원합니다.
언젠가 월요병을 퇴치하기 위해 주말에 잠시 출근하거나, 일찍 회사를 간다는 등의 다소 어이없는 해결 방법을 제시한 뉴스기사가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업무 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을 갖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등 이런저런 방법 등을 같이 제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아무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월요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직장인데, 그 부분에 대한 고민과 배려없는 기사에 대중들이 분노했던 것이구요.
우리가 '직장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직장을 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직장을 다니면서 직장에서 벗어날 준비를 해야합니다. 직장에서 벗어난다고 삶의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직장은 내가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직장에서 벗어나면 적어도 스트레스의 주체가 내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것들에 의해 객체로서 스트레스 받느니, 크기가 더 크더라도 내가 주체가 되어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편이 아마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주도적으로 만들어줄테니까요. 저를 포함하여 모든 직장인 분들의 스트레스 퇴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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