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은 2021년이다. 햇수로 10년째다.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다. 앞으로도 직장을 계속 다닐 예정이지만 한 번쯤 뒤돌아봐도 좋을만큼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꽤나 많은 사람들을 지나왔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회사는 10년 동안 참 많이 변했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모두 해당한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나도 참 많이 변했다. 변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한도끝도 없다.
갑자기 회사생활을 뒤돌아보는 이유는 팀에 인턴사원들이 몇 명들어왔기 때문이다. 또 본의 아니게 인턴사원들을 지도하는 선배 사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지금의 나는 인턴시절과 얼마나 달라져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턴사원들은 정직원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고, 더 크게 인사하며, 항상 반듯하게 복장을 차려입고 있다. 채용 전제 인턴이기 때문에게 인턴 과정은 그들에게 한 달 간의 면접이나 마찬가지인셈이다.
그 입장에 있을 때의 나와 그들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가르쳐주고, 업무를 지시해야 하는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는걸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말처럼 다른 것이 당연하지만, 그 달라진 모습은 내가 원하던 모습일까. 인턴사원들은 절박함이 있고 치열함이 있다. 나도 나름의 절박함과 치열함이 있지만 아무리 내가 절박하고 치열해봐야 인턴사원들의 그것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러면 절박함과 치열함이 사라진 그 자리에 나는 무엇을 채워 넣었을까. 그대로 빈자리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공허한 생각을 해본다.
인턴이나 취업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감사함인 것 같다. 그 때는 모든 것에 감사했었다. 지금의 나는 많은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검사역으로 출연한 류승범의 대사가 떠오른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사다. 내가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어서 상대방이 권리로 착각하는 상황에서 쓰기도 하지만 반대의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누리고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내가 누군가나 어떤 상황의 호의를 권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지금의 인턴사원들의 속마음까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그들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작은 것에 소중함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그걸 권리로 느끼고 감사한 마음은 줄어들어가다가 사라진다. 직장생활 10년차, 감사함보다는 불만이 조금씩 더 늘어가고 있는 시점이다. 인턴사원들과 함께 하면서, 내가 얼마나 주변으로부터 호의를 받아왔는지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래나저래나 치열한 우리내 인생, 모두 힘내보자. 내일도 출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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