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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 (영화 등)

이영애가 라면 먹자고 하는 영화,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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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개봉한 영화다. 벌써 개봉한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20년, 강산이 변해도 벌써 2번은 변했을 시간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을 발한다. 특히 이영애의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 그리고 유지태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와 같은 대사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대사로 남아 있다. 워낙 좋은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를 요약한 영상은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난 영화이기 때문에 쉽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토요일 밤에 조용히 혼자 보기에 '봄날은 간다'만한 영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영화를 본 이후에 드는 생각은, 오래 사랑받는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러닝타임이 길지도 않고, 화려하거나 거창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잔잔하고 일상과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지만, 진하다. 아니, 그래서 더 진하다. 사랑을 경험해본 사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자연스럽게 사랑을 시작하고, 익숙한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뻔하고 흔하게 끝이난다.

#1. 사랑의 시작 - 자연스럽게

피디와 사운드엔지니어, 소리 작업을 하기 위해 만났다. 일로 만난 사이다. 흔히 있는 일이다. 우연히 만나서 인연이 된다. 그 과정이 참, 자연스럽다. 일을 하며 느꼈던 좋은 감정이 사적인 연락으로 이어지고, 서로는 함께 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된다. 우리 주변의 사랑 이야기처럼, 이영애와 유지태는 이렇게 자연스럽고 사랑을 시작한다. 

#2. 사랑의 과정 - 익숙하게

사랑을 시작하고 그들의 관계는 빠르게 깊어간다. 영화의 러닝 타임 기준으로 이들이 사랑을 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마 15분 내외일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빠르게 시작한다. 그리고 빠르게 시작한 사랑은 금방 익숙해진다. 익숙함은 양날의 검이다. 편하기도 하지만, 때로 익숙한 것은 지루하기도 하다.

특히 처음 적극적으로 상우(유지태)에게 마음을 표혔했던 은수(이영애)는 이 과정에 조금 더 익숙해한다. 그 익숙함은 편안함을 넘어 금새 지루함이 되어간다.

#3. 사랑의 끝 - 뻔하게

그리고 이들은 뻔하게 사랑의 끝을 맞이한다. 싸워보기도 하고, 시간을 가져보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마음을 넘어 결혼이라는 제도로 함께하자는 상우의 제안이 있지만 은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둘은 결국 헤어진다. 힘들어 한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떠나간 이를 그리워한다. 이미 떠났지만 마음을 돌리고자 집앞에 찾아가기도 하고, 새로운 남자친구와 놀러간 곳까지 따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뻔하게 끝난 사랑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상우가 사랑을 잡고자할 때는 은수의 마음이 떠나있었고, 은수의 마음이 돌아왔을 땐 상우의 마음이 떠났다. 뻔한 사랑 이야기다.

#4. 사랑은 변하고, 사람도 변하지만 - 영화속 이영애와 유지태는 여전하다

영화를 보면서 혼자 몇 번을 감탄했다. 내가 남자기 때문에 이영애를 보면서 감탄했다. 이영애는 정말 이영애다. 지금 나이가 들었음에도 이영애의 미모는 여전하다. 하지만 30살 즈음의 이영애,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이영애는 정말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비현실적인 외모다. 이 영화가 대체적으로 현실적인, 현실 속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에서 이영애의 외모만은 비현실적이다. 

이에 반해 유지태는 다소 평범해 보일 수 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유지태의 웃는 모습은 왜 그렇게 매력적일까. 그리고 몸이 크고 좋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선해보일 수 있을까. 처음엔 이영애만 보이다가 영화의 마지막으로 갈 수록 유지태가 보였다. 영화의 스토리나 감성도 좋지만, 이 두 배우가 함께 출연했기에, '봄날은 간다'가 아직까지 사랑받는 영화로 남아 있는 것이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20년이 지난 영화다. 그래서 폴더폰을 비롯해 다소 익숙하지 않은 옛날 배경이 지나간 시간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배경이 변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감성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해온 것처럼 영화에서는 잔잔하게 사랑을 그려낸다. 사랑을 한 발치 뒤에서 담담하게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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