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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 (영화 등)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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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퇴근을 일찍했다. 오랜만에 죽어가고 있는 내 감성을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 그리고 '초속 5센티미터'같은 영화.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찾고 싶었다. 넷플릭스를 켰다.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추천 작품을 찾았다.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제목은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다소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렇지만 뻔한 작품은 뻔하지만 매력적이다. 매력적이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뻔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뻔함 속에 어떤 특별함을 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무언가 특별함이 있을거라 믿고, 나는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를 오늘의 영화로 선택했다. 넷플릭스에서 영화 재생버튼을 눌렀다. 왠지 맥주를 한 캔 마시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술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래도 그냥 영화를 보기엔 무언가 심심했다. 그래서 콜라를 마시며 영화를 보기로 했다. 좋은 선택이었다.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다. 개봉 당시에는 관객을 그렇게 많이 모은 것 같지는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이다. 모든 영화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 감성을 좋아하는 매니아층이 있다. 사실 나도 그 중 하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도 좋아하고 잔잔한 감성을 담은 영화들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는 나름 괜찮은 영화임에도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으니 홍보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간단히 영화 내용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 개봉한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는 고대종으로 분류되는 멸종 위기의 잉룡 레나토와 히비오르를 짜며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요르프족, 그리고 인간이 함께 살아간다. 인간은 욕심으로 인해 레나토를 길들여 전쟁에 활용하고, 요르프족의 여인을 공주로 맞이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요르프족은 인간과 섞여서 살아가기도 한다. 인간은 늙지만 요르프족은 늙지 않는다. 생김새가 같아도, 변하는 존재와 변하지 않는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일은 어렵다. 요르프족은 그래서 인간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간세상에 섞여 살아가는 요르프족 마키아와, 마키아가 만난 아이 아리엘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의외로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또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영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변해가는 것과 그렇지 그대로인 것, 엄마의 사랑과 이성 간의 사랑, 이별과 유한한 인간의 삶과 같은 것들. 영화 한 편에 꽤나 다양한 주제를 담았다. 키워드를 뽑자면 엄마, 이별, 영원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 영생은 많은 이들이 누리고 싶어하는 것이지만 그 어떤 인간도 영생을 누리지 못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아무리 돈이 많다하더라도 누구나 죽는다. 얼마 전 타계한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그랬다. 그렇지만 만약 죽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건 어떨까. 그대로 좋을까.

글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변하지 않는 모습 그대로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만 변하지 않고 세상이 모두 변한다면 어떨까. 나만 늙지 않고 모두가 늙어간다면 어떨까. 그건 생각보다 행복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영화는 요르프족 주인공, 마키아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마키아는 담당하게 이런 일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보다 함께 변해가는 것, 영원한 젊음보다 함께 나이들어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답은 없지만, 어차피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이다. 하지만 선택할 수 없음에도 나이들어간다는 것은 의외로 멋진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옆에서 함께 나이들어갈 친구는 필요한 것 같다.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위대하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영화는 마찬가지로 엄마라는 존재를 담담하게 표현한다. 진짜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진 마키아를 통해, 그리고 만나지 못하는 딸을 그리워 하는 레일리아를 통해 엄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는 위대하다. 간만에 엄마 생각이 났다. 오늘은 늦어서 전화하지 못하지만, 내일은 엄마에게 전화를 한 통 해야겠다. 그리고 주말엔 엄마한테 다녀와야겠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원한 것이 있을까. 글쎄 아마 없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모습 그대로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지만, 정말 좋을지는 모르겠다. 변하기 때문에 아쉬운거고 아쉽기에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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