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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일기와 칼럼 사이)

우리 동네, 우이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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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이동에 살고 있다. 20살부터 이 동네에 살기 시작하여 햇수(Number of years)로 15년째 살고 있다. 그리고 정들었다. 나는 이 동네가 정말 좋다. 정이 들어서 좋은건지, 동네가 좋은건지 잘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우리 동네, 우이동이 정말 좋다. 내가 이렇게 우리 동네, 우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블로그에까지 하는 이유는 이 곳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 살고 싶은 동네인 우이동을 떠나는 이유는 세속적인 이유다. 우이동이 다소 외진 곳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서울이다. 서울에서 이렇게 살다가는 나는 한 번도 아파트에 살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조금 시간이 있긴 하지만, 40살도 머지 않았다. 아직 결혼을 하지도 않았고, 욕심이 많은 편도 아니다. 하지만 아늑한 내 집에 대한 욕심은 있다. 자전거타고 한강을 달리며 보이는 그 많은 아파트 중 하나는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를 가려고 한다. 경기도로 간다. 사실 경기도로 이사 간다고 해서 바로 아파트를 사서 가는 것은 아니다. 다들 알겠지만 경기도 집값도 결코 만만치 않다. 어떤 지역은 서울뺨치고도 남는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이사를 가려고 한다. 청약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사실 안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우이동을 떠날 예정이다. 곧 떠난다. 머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너무 좋아하는 우리 동네, 우이동이기 때문에 동네 자랑을 조금 해보고자 한다. 15년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그러한 정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우이동에 대한 자랑을 해보고자 한다.


1. 삼각산과 우이천의 배산임수 지형, 그리고 솔밭공원

학창시절에 들어본 말이다. '배산임수',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라는 뜻으로 좋은 지형을 말한다. 우이동은 그런 지형을 갖추고 있다. 뒤로는 삼각산이 감싸주고 있으며, 앞으로는 우이천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은 4.19민주묘지를 비롯하여 '헤이그 특사'로 유명한 '이준 열사' 등 많은 독립투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근현대사 기념관'도 최근에 건립되었다. 

산과 천이 흐르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서울 지역보다 확실히 공기가 좋다. 그리고 천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큰 공원인 솔밭공원이 우이동을 좀 더 멋진 곳으로 만들어준다. 만약 이 곳이 없었다면 우이동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이 곳을 방문한다. 소나무가 많아 공기도 좋고, 반려동물 산책로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깔끔한 공원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녹지는 정말 중요하다. 삼각산과 우이천, 솔밭공원이 있는 우이동은 그 어떤 동네보다 녹지 여건이 잘조성되어 있는 최고의 숲세권이다.

2. 대학가, 그리고 도보 생활권

우이동에는 대학교가 있다. 덕성여대다. 대학교가 있다는 것은 상권이 발달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학교는 초/중/고등학교와 다르다. 큰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리브영이나 맘스터치, 투고샐러드 등 기본적 프랜차이즈들이 많이 갖추어져 있다. 

게다가 아기자기한 크고 작은 가게들이 많다. 그리고 대학가앞이기 때문에 가성비 좋은 맛집들이 즐비하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다.

3. 고즈넉한 분위기, 그리고 카페거리

국립묘지가 있어서일까. 이 근처에 오면 다소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 고즈넉한 분위기르 가진, 4.19 국립묘지를 기점으로 카페거리가 시작된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카페거리에 비비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이쁜 거리다. 나는 우이동에 살아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네에 이쁜 카페가 많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은근히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기 어렵다.

우이동에서는 카페를 골라서 갈 수 있다. 카페거리에서 가볼만한 카페로는 '미즐', 그리고 '세인트블랙'을 추천한다. 특히 '세인트블랙'의 차가운 날 먹는 따듯한 바닐라 라떼는 최고다. 찬바람 부는날, 당신에게 맛있는 온기를 선사해줄 것이다. 그 외에도 좋은 카페가 많다. 전광수 카페, 이디야, 셀렉토 커피 등 브랜드 커피도 있고 이쁘게 디자인되어 있는 다른 카페도 많다.

각 카페마다 특색있게 분위기를 꾸며놓았기 때문에, 그 날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카페를 놀러다니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카페거리가 형성이 되어 있지만 카페거리가 아니더라도 이쁜 카페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솔밭공원 바로 옆에 탐앤탐스가 생겼는데, 여기는 분위기가 정말 좋다. 특히 옥상 테라스까지 되어 있고, 24시간 운영하는데 여름밤 탐앤탐스만한 곳이 없다.


나는 우이동을 좋아한다. 주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그다지 주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는 15년동안 우이동에 살아왔으나, 그 이전 20년동안은 서울의 다른 동네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 동네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추억이 없다. 그 동네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나왔으며 대학교도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사귀었던 친구들과 아직도 가장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그 동네가 좋았다는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우이동이 정말 살기 좋은 동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우이동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아직 이사가야할 날이 꽤나 남아있기 때문에 종종 내가 좋아하는 우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떠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리운 우이동, 그 우이동에 대한 슴슴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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