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다리를 떠는 것이다. 나는 틈만 나면 다리를 떤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다리를 떨고, 밥먹다가도 다리를 떤다. 서서도 다리를 떨고, 앉아서도 다리를 떤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으면서 다리를 떨기도 한다. 이 습관은 평생 나를 따라다녔다. 너무 눈에 띄는 습관이기 때문에 나는 내가 다리 떠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알면서도 이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근데 요즘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고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고치지 않은 것일까. 다리 떠는 습관은 정말 고칠 수 없는 습관일까. 내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같은 것일까. 이런 생각들이다. 다리 떠는 습관 그거 그냥 고치면 되지 생각이 엄청 많은 것 같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맞다. 그냥 고치면 되는데 내가 정말 그걸 못하겠어가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최근에 정말 다리 떠는 습관을 맘먹고 고쳐보려고 한다. 그래서 원인을 알아야 개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그동안 왜 다리 떠는 습관을 못고쳤는지에 대해 생각을 먼저 해봤다. 다리 떠는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마음 먹은 적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매 번 포기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다리를 떨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아 이건 못고치는 습관이구나'라고 생각해버렸다. 그런 생각이 들고 나면, 항상 거기서 멈췄다. 그 날 이후로는 그냥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다리 떠는 습관 고치는 것을 포기한 이후에 내가 하는 행동은 자기합리화다. 다리를 떠는 것이 혈액순환이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찾아보고 안심하는 것이다. '그래, 꼭 나쁜 습관은 아니야'라고 생각해버렸다. 순전히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다리 떠는 것은 명확하게 나쁜 습관이다. 그 이유는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도 간접흡연은 싫어한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다리 떠는 습관을 가진 나도 남이 다리 떠는 모습을 보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정신 사납다. 명확하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 더 이상의 자기 합리화는 멈추고자 한다.
내가 이런 결심을 한 이유는 배려다.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행동을 계속 하는 것은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내가 배려심이 엄청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원래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계속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알면 고쳐야한다. 배려심이 깊어서가 아니라, 그저 인간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그리고 조금이나마 시민으로서 교양을 갖추기 위해 다리 떠는 습관을 고쳐야겠다는,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 그러면 습관을 어떻게 고쳐야할까. 이런저런 방법들을 찾아봤는데, 결론은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는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습관이 생기는 메커니즘은 '계기 - 행동 - 보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음식을 본다 - 먹는다 - 맛있다. 그리고 이것을 반복하게 되면 바로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다리 떠는 습관은 정말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그다지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습관을 고치기 위한 이론이라고 하니까, 일단은 끝까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이 이론은 나쁜 습관을 버리고 새로은 습관을 형성하라는 것이다. 습관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이해했으니, 나쁜 습관 대신 좋은 습관을 형성해서 대체하라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다리를 떠는 계기는 무엇일까. 무의식이다. 그렇다면 무의식을 바꿔야 하는 것일까. 조금 더 생각해보자. 내가 다리를 떠는 순간 나는 어떤 상태일까. 불안하거나, 무언가 집중을 해야할 때인 것 같다. 내가 다리를 떨면 조금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느껴서 불안한 마음이 들면 다리를 떠는 것일까.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그렇다면 나의 불안한 마음 상태와 집중력 부재를 원인이라고 가정하자. 그럴 때마다 나는 다리를 떨었고,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다리 떠는 습관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다. 나름 논리적이다. 그리고 맞는 것 같다. 이제 다리 떠는 것 대신 새로 대체할 습관을 찾아야 한다. 집중하기 위한 좋은 습관에는 무엇이 있을까.
1. 하늘 보기 (천장 보기)
2. "음..."이라고 작게 소리내어 말하기
3. 손가락으로 머리짚기
이 정도면 좋은 대안인 것 같다.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대안으로 삼아봐야겠다. 계기 - 행동 - 보상 이론에 따라서 장기적으로 다리 떠는 습관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다리떠는 습관을 떨쳐내보고, 효과가 있으면 나의 나쁜 습관을 리스트화해본 다음에 전체적으로 개선해보는 프로젝트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좋은 사람으로 나아가는 길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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