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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일기와 칼럼 사이)

[공정함에 관하여]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역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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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고 올바름", 공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해석이다. 공평하다는 말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공정함'에는 공평함에 윤리적인 가치가 더해져있다. 자꾸 말꼬리 잡는 것 같지만, 하나의 단어만 더 짚고 넘어가자. '윤리',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이 윤리는 현대 사회에 와서 너무도 어려워졌다. 정답이 없는 케이스가 많다. 또한 시대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하기도 한다.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이 바로 윤리다.

다시 처음에 이야기했던 '공정'으로 돌아오자. 공정을 논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가치가 들어가야 한다. 어렵다.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공정하느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얼마 전인 6월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이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정규직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정함"이라는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인국공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강하게 추진한 비정규직 철폐의 상징적인 공기업이다. 2017년 5월 대통령 방문 이후, 공공기관 최초로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면서 정규직 전환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9,785명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 가운데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이 공사에 직고용되고, 공항운영(2,423명), 공항 시설/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등 7,642명은 3개 전문 자회사로 각각 전환될 예정이라 발표하면서 3년간의 정규직 전환작업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정규직 전환 작업은 바로 7월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충돌하는 공정함에 대한 논란은 '비정규직 철폐'라는 대의를 위해 누군가에겐 뜻밖의 혜택이 주어지고,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상실감이 생기게 된 것에 대한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 자체가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아직 분분하지만, 아무튼 새로운 정부가 정권을 잡기 전부터 내세웠던 공약이며 그 공약을 내세운 정권이 집권하게 되었으니 이 대의는 옳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그 대의를 위해 다소 불공정하게(혹은 불공정해 보이게)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상실감을 얻는 일은 옳은 일일까. 여기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으로 보이는 집단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이며,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얻기 쉬운 전문성을 가지고 근무하는 보안요원 1,902명이다. 그리고 손해를 보는 사람들, 혹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공기업 정규직이 되기 위해 준비했던 사람들, 그리고 이미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 인공국 정규직화가 중요한 이유는 일단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공기업으로 뽑히는 1티어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죽어라 공부해도 가기 쉽지 않은 혜택을 1,900명은 큰 노력없이(혹은 없어보이게)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기업의 비정규직 철폐에 있어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인국공이기 때문에 여기서의 정규직 전환은 앞으로 수 많은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의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정규직 전환에 따라 수 많은 공기업들의 정규직 전환의 방향성이 갈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 여론은 대체적으로 이번 정규직 전환이 불공정하다는 쪽으로 쏠려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이기 때문에 결과가 번복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당장의 불공정은 있으나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정규직 철폐라는 '대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기도 하다. 다만 아무리 옳은 길로 나아간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상실감을 주어 반대로 불공정함을 느끼게 한다면 그게 결론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모두에게 공정하고 평등하면 좋겠지만, 이미 출발선이 삐뚫어져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나아갈 수는 없다. 그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뿐이다. 하지만 지금이 옳지 않다는 것엔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에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은 회피다.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갈 길이 정해졌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떤 속도로 나아가느냐다.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실감으로 인해 역차별로 느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절한 속도로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끝까지 나아갈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이런 논란이 일어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발언들에 대해서는 너무 아쉽다.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들어간다", "연봉5000 소리질러, 2년경력 다 인정받네요", "서연고 나와서 뭐하냐, 인국공 정규직이면 최상위이고, 졸지에 서울대급 됐다", "니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 됐다" 등 논란이 될만한 생각과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런 이야기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공정하고, 평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성숙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윤리는 조금 더 확실한 기준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해지고 법조항이 너무 디테일하지 않아지는, 그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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