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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일기와 칼럼 사이)

평일 아침의 관찰 (Feat. 재택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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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를 하면서 처음 목표했던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출근 전에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원래 출근하는 시간에 일어나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씻은 다음에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내가 재택근무를 하며 목표했던 것 중 하나다. 재택근무로 인해 라이프사이클을 무너트리지 않고자 했다.

그렇지만 이 목표가 얼마나 허황된 목표인지 깨닫는데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재택근무의 여유가 있기에 나는 알람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무시할 수 있었고, 약 한 달간의 재택근무 기간 중 아침에 운동을 다녀온 날은 5일이 채 되지 않는다.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오늘 간만에 운동을 다녀왔다.

원래는 집근처에 있는 우이천을 뛰어다니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가볍게 걷고 싶었다. 그래서 근처 공원으로 갔다. 반쯤 눈이 감긴채로 7시쯤 집을나와 공원으로 갔다. 당연히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공원 초입부터 심상치 않았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아침의 새소리는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반쯤 감겼던 눈을 뜨고 공원으로 들어갔다. 공원은 내 생각과는 달리 활기찼다. 특히 어르신들이 많았다. 정말 많았다. 운동기구가 가득차 있었고, 공원 속 공터에는 리더분의 동작에 맞춰 체조를 하는 무리들도 있었다. 내가 애정하는 공원 내 배드민턴장에는 동호회 사람들 같기는 했지만 6개의 코트가 꽉차서 즐겁게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이럴수가,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그 부지런함에 영향을 받아 나는 공원을 2바퀴 정도 돌고, 편의점에 들러 김밥을 먹고 집에 가려고 나왔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 지하철역이 있다. 4월부터는 재택근무가 많이들 종료되는지 많은 이들이 분주하게 출근을 위해 지하철 출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의 눈은 다른 것에 신경쓸 여력이 없어보였다. 주변을 관찰할 여력없이 그저 출근을 하는 사람들. 얼마 전까지 나도 이 그룹에 속해 있었고, 또 조만간 들어갈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제3자가 된 느낌으로 평일 아침을 맞이하니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평일 아침에 관찰자가 되어 이러한 광경을 보니,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더 많은 것들도 볼 수 있었다. 가게 문을 여는 사람들, 야간 근무를 마치고 교대하는 편의점 풍경, 점점 더 늘어나는 도로 위의 자동차들, 수북했던 쓰레기를 정리해주시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까지 사실 별거 아닌 일들인데 여유를 가지고 관찰하니 각박한 세상이, 사람냄새나는 풍경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 가야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시간에 가는 것도 새로울 수 있다. 같은 장소지만, 어떤 시간에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에 따라 충분히 새로울 수 있다. 평일 아침이었던 오늘 아침의 관찰은 내게 새로움을 가져다주었다.

얼마 남지 않은 재택근무 기간 동안, 일찍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새롭게 시작한 오늘 하루가 기분 좋은 하루로 마무리 되길 바라며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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