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시놉시스'도 그 단어 중에 하나죠. 단어가 나온 맥락 속에서 대강은 이해하지만, 누군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렵죠. '시놉시스'의 뜻과 예시를 통해서 이 단어를 확실히 머릿속에 시놉시스의 의미를 각인시켜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놉시스(synopsis) 뜻]
시놉시스는 보통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쓰이며, 작품 개요를 말합니다. 메인 주제와 장르, 집필의도, 그리고 간단한 줄거리와 함께 캐릭터 구성이 필수로 들어갑니다. 그 외에 필요에 따라서 더 많은 내용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시놉시스는 짧게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너무 늘어지지 않게 작성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시놉시스의 역할과 중요성]
시놉시스는 보통 작품이 세상에 나온 이후보다, 선택받기 전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작가나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제작자와 투자자에게 소개할 때, 시나리오 전체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시놉시스를 먼저 건네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시놉시스가 통과해야 시놉시스로 구성된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시놉시스가 단순한 요약이어서는 안 됩니다.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여야 합니다.
하지만 시놉시스가 작품 제작에만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홍보를 위한 예고편 등으로도 자주 활용되는 것이 바로 시놉시스입니다. 그리고 그 적절한 예는 최근에 흥행에 성공한 '더 글로리'를 들 수 있습니다.
[시놉시스의 홍보에 대한, 적절한 예시 (더 글로리 캐릭터 시놉시스)]
#문동은 #송혜교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했으므로 모진 학교 폭력을 당한 동은.
웃음을 잃었고 영혼은 가루처럼 부서졌다.
죽기 좋은 날씨여서 죽으러 갔었다.
그날 동은을 살린 건 어쩌면 안개였다.
짙은 농무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축축한 옷 속에서 팔과 다리의 흉들이 가려웠다.
날을 잘못 골랐다고 울다가
그런 스스로가 너무 불쌍해서, 외려 웃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나만 죽어야 하지?
용서는 없다. 그 누구도 천국에 들지 못하겠지만.
#주여정 #이도현
온실 속의 화초란 말은 아마도 여정을 두고 만든 말일지도 모른다.
싱그럽게 웃고 때때로 하늘거리며 달콤한 향기를 가졌다.
평생이 난동(煖冬)이라 밖이 그리 추운지 몰랐던 여정은 악몽 같은 사건을 겪고 난 후 지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동은의 팔과 다리의 흉을 보고 여정은 결심한다. 동은의 왕자님이 아닌 칼춤을 추는 망나니가 되기로. 그래서 손에 든 메스를 조금 다르게 써 보기로 한다. 원래의 계절에 맞게 이제부터 아주 차가워질 작정이다.
#박연진 #임지연
태어나 보니 세상은 이미 연진의 편이었다.
하물며 끔찍한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부모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 덕에
잘못에 대해 반성하려는 그 어떤 노력조차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연진은 일생이 백야였다. 하지만 연진은 알지 못했다.
백야가 있는 동안 그 반대의 반구에서는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걸.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딘 동은이 연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중이란 걸.
#강현남 #염혜란
처음엔 내 잘못인 줄 알았다. 사람들도 그렇다고 했다.
참으면 되는 줄 알았다.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현남은 결심했다.
너울이 무서운 이유는 예측이 어렵고 파고가 낮아지는 물결이라 잔물결도 없이 잠잠하다 일순간에 모든 걸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어쩐지 문동은이란 저 여자가 그 방법이 될 것 같다.
#하도영 #정성일
도영에게 삶은 바둑판처럼 선명했다.
아군과 적군. 내 식구와 남의 식구. 예스 아니면 노.
흐릿한 것이 끼어들 수 없는 흑과 백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안개처럼 흐릿한 한 여자가 자꾸만 궁금해지더니, 급기야 태양을 따라 도는 해바라기처럼 그 여자를 쫓고 있었다. 도영은 안다. 인생에서도 대국에서도, 백보단 흑이 유리하단 걸. 평생 흑만 잡아 왔었는데 지금 도영은 백을 잡고 있다.
#전재준 #박성훈
가는 곳마다 눈에 띄고, 눈에 띄는 모든 순간 ‘갑’으로 살고 있는 재준. 술 아니면 여자, 여자 아니면 도박, 도박 아니면 폭행으로 변호사와 만나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렇게 살아도 부는 매일매일 쌓여간다. 그런 재준이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것이 동은이 계획한 덫이라는 것을 알지만 멈추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
위의 시놉시스는 김은숙 작가가 더글로리 시즌1 공개 약 한 달 전에 예고편과 먼저 공개한 시놉시스입니다. 캐릭터 특성이 잘 드러내며, 문장만으로도 이야기에 빨려 들어갑니다. 이런 훌륭한 시놉시스가 있었기에 지금의 더 글로리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은 이후, 시놉시스라는 단어를 만나면 반가움이 느껴지게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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