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고 계신가요? 나날이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것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먹을 것이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는 잘살고 있을까요? 겉보기 좋은 것과 별개로 우리의 삶은 팍팍해지고, 점점 더 복잡해져가고 있습니다. 알아보고 따져야 할 것들이 많아졌고, 비교당하기 쉬운 세상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은 세상이죠.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 속도에 맞게 살아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따라올 것을 요구합니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TV에서, 옆 친구나 동료와의 대화에서 그렇게 요구받습니다. 해야 하는데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우리는 아픕니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픕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지만, 마음이 아파서 병원에 찾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하는데 마음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그런 시선들과 인식으로 인해 우리는 마음 치료를 위해 병원 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야 하고, 병원의 문턱이 낮아져야 합니다. 그 시작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우선 이름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이름에 따라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대표적인 예는 "명품"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사치품"으로 해석되는 단어인 'luxury'를 "명품"이라는 단어로 들여왔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객단가 세계 1위 국가가 되었습니다. 물론 단순하게 이름 하나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문화와 경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시너지가 났기 때문에 나온 결과겠지요. 하지만 luxury를 "명품"이 아닌 "사치품"이라는 단어 그대로 시장에 내놓았다면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명품을 사랑하는 나라가 되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어떤가요? 제가 느끼기에 긍정적이거나 문턱이 낮은 느낌을 주는 단어는 아닙니다. 물론 'Psychiatry'라는 단어를 그대로 해석해서 '신경정신과'로 부르던 시절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렇지만 이 이름이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변경한 이유는 신경정신과를 진료하는 병원의 이름이 "정신병원"으로 불리는 등 부정적인 어감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변경했다면 네이밍에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버스정류장'을 '뻐정'으로 줄이는 요즘 시대에 '정신건강의학과'는 여전히 '정신과'로 줄여서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그대로 '정신과'입니다. 용어가 변경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정신건강의학과'보다 '정신과'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는 비중이 아직 더 높습니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요? 저도 어떤 이름이 좋다는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프레임이 바뀌어야 하는 시대는 맞는 것 같습니다. 처음 '신경정신과'로 이름을 정한 이유는 학술적인 부분과 단어를 너무 정직하게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부작용이 나왔고, 그 부작용에 대한 해소를 목적으로 "건강"을 붙여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이름을 변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학술적인 부분을 포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케팅적인 시각을 조금 가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문턱을 낮추는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단어인 "마음" 등을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마음안정과', '마음상담학과' 등 프레임을 바꾸면 좋은 의견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조금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정신건강의학과의 많은 전문가들이 TV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련 지식을 많이 알리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마음의 병도 분명히 병이고, 그중에 상당수의 병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약으로 가볍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고 키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턱을 낮추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물론 가벼운 우울증이 아니라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많기 때문에 너무 가볍게 이름을 짓는 것이 무조건 옳은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도 정신질환의 종류에 따라서, 혹은 정도에 따라서 과를 구분하는 등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다고 믿습니다.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 제정신을 찾기 위해 병원을 쉽게 찾아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름을 바꾸는 것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끄적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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