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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 (영화 등)

드라마 "인간실격", 30대인 나는 과연 무엇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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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드라마나 영화를 여러 번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신기하게도 같은 이야기지만 우리는 같은 내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기도하고, 주인공이 아닌 조연의 입장에서 작품을 보기도 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다르지만, 작품을 보는 나의 상황도 달라져있다. 우리는 완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없다. 첫 번째 볼때 다르고, 두 번째 볼때, 세 번째 볼때가 모두 다르다. 처음 볼때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봤지만, 두 번째는 좌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작품을 봤을 수도 있다. 세 번째 볼때는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시간이 흘러 20대에 봤던 작품을 30대나 40대에 다시볼 수도 있다. 시간과 감정은 우리를 변하게 만들고, 변한 우리는 같은 작품을 다르게 이해하기 마련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있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품을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40대의 부정(전도연)은 본인이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말하고, 20대인 강재(류준열)는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내게 이 드라마가 크게 다가온 이유는 내가 지금 이들의 중간, 30대 중반의 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되지 못한 것 같기도하고, 또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 같기도하다. 그런 시점에서 이 작품을 만났다. "인간실격"이다. 나 역시 인간세계에서 실격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 드라마를 넷플릭스를 통해서 접했다. 아주 빠르게 정주행하지는 못했고, 약 한 달의 시간동안 틈틈이봤다. 그리고 작품을 보는 그 한 달의 기간동안 내 기분은 한없이 침울해졌다. 바닥을 향해갔다. 드라마의 분위기 자체가 어둡고,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이 무겁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또한 배우들이 연기를 워낙 잘한다. 캐릭터가 가진 우울감을 100%, 아니 그 이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이 드라마를 보고 침울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작품성에 비해 시청률이 안나오지 않았을까싶다. 이 침울한 분위기를 견뎌내기 어렵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공감가는 선택이다. 사람들은 비슷한 드라마로 "나의 아저씨"를 뽑는다. 그렇지만 나의 아저씨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나의 아저씨는 우울의 끝에서 중간에 희망을 섞는다. 그리고 그 희망으로 드라마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드라마 인간실격은 그런 희망을 최소화한다. 마지막에 조금은 밝은 느낌을 주려고 하는 것 같기도한데 조금 억지스럽다. 감독은 아마  한없이 어둡고, 한없이 침울한 분위기를 이끌어나가고 싶은게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느꼈던, 마치 바다끝과 맞닿아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던 그 침울한 감정이 오히려 삶에 힘을 불어넣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그 감정을 글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렇게 세상끝까지 내몰린 감정을 겪고나니 조금은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나할까. 

밝고 명량한 드라마나 영화도 좋지만, 나는 가끔 한없이 우울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당신이 만약 그런 감정이 든다면, 주저없이 이 작품을 선택해서 보길 권한다. 침울함의 끝에서 세상을 조금 더 쉽게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드라마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작품의 소개글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사람의 인생을 대충 빛의 인생과 어둠의 인생, 
이렇게 둘로 나눈다면 사람들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어 할까요. 
대다수 사람들은 당연히, 최선을 다해 빛의 인생을 선택해 살아갈 것입니다.
아파도 눕지 않고 힘들어도 견디면서, 세상의 상식과 룰을 따르고, 비난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삶. 

하지만 만약 이 도시 어딘가에 또 하나의 내가 있어 원래의 나와 좀 다른 인생을 살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조금은 격렬한 어둠 속을 살아가게 놓아 둘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라는 것은 '한번 선택해서 살아보고 지워버릴 수 있는 어떤 삶을 만나는 일'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공상에서 출발해 
한 번의 삶으로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가장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드려 볼까 합니다.

드라마와는 달리, 당신의 삶에는 빛이 가득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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