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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일기와 칼럼 사이)

탈출구가 필요하다 (Feat.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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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탈출구가 필요하다. 크게 어려운 일을 겪은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답답하다. 그리고 갑갑하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나 걱정이 든다. 무엇에 대한 걱정인지, 걱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은 모른다. 하지만 걱정이 든다.

걱정의 원인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걱정의 시작은 안다. 주말이다. 별일 없는 주말이었다. 여유롭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 메뉴는 콘프로스트와 식빵, 평범하고 습관적인 아침 식사다. 그리고 몸을 좀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을 갈까 고민했다. 집 바로 앞에 산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운전해서 나가야했다. 귀찮았다. 그래서 근처 운동장을 돌았다. 운동장에는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잘한다.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잘하지 못한다. 그냥 좋아한다.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잘하지 못해도 좋아하니까 하고 싶었다. 근데 나이가 들었다. 운동장을 뛰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이런 내가 지금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젊을 때 시작했어야 했는데, 뭐했나 싶다. 그리고 이미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 직장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나는 회사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회사에서 적절한 인정을 받지 못할 것 같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고, 나는 일을 잘하는 부류는 아니기 때문에 진급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부서를 조금 더 일찍 옮겼어야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새로 옮긴 부서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지는 못하다. 그냥 다니면 되는데, 그래도 좀 슬프다. 더 슬픈 것은 그러면 열심히 했어야했고, 열심히 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적당히 하고 싶다. 이기적인 마음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운동장을 뛰다보니 우울해졌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축구를 시작하지 않아서 후회했는데 아마 비슷한 후회를 또 몇년 후에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 제대로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탈출구가 필요하다. 나의 탈출구는 무엇일까.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가 기억난다. 그 때는 네이버 블로그를 했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참 잘되었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ROTC와 장교에 대한 콘텐츠를 작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블로그가 있어서 나는 참 든든했다. 그 당시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취업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블로그가 있고, 그 블로그가 나를 좋은 길로 인도해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믿음과 확신이 없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걱정이 되었고, 우울해졌다. 그렇게 돌고 돌았다. 나는 다시 블로그가 생각났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역시 글쓰기와 블로그가 아닐까 싶었다. 나는 손재주도 없고, 특별히 좋아하는 일도 없고, 뭐 잘하는 것도 없고, 열정이 넘치지도 않는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글쓰기가 아닐까 싶었다. 글쓰기를 쉽게, 혹은 만만하게 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내가 한 번은 자신감가졌던 일이다. 꽤나 길게 이를 게을리 여겼던 시간이 있지만 한 때 좋았던 기억이 있는 글쓰기,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글쓰기이기 때문에 나는 그나마 이 일을 가장 꾸준하게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이 블로그를 쓰고 있다. 어떤 글을 써야할까, 나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써야한다. 내 생활과 맞닿아 있지 않은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다. 그렇다, 나의 탈출구는 역시 글쓰기다. 매체가 블로그가 될지 책이 될지 잘모르겠지만, 나는 글쓰기를 해야하는 것 같다. 그냥 쓰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경험하고, 나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나의 탈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인데 축구도 해보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인데, 나이가 들었다고 못하면 앞으로 영영 할 수 없다. 지금이 내게 있어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이다. 체력이 부족하면 체력을 키우면서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바로 찾아봐야겠다.

우리 모두에겐 탈출구가 필요하다. 탈출구는 사람일 수도 있고, 나처럼 글쓰기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영화, 웹툰, 운동, 술이 될이 탈출구이리라. 반복된 일상속, 모두가 탈출구 하나쯤은 가지고 살길 바라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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