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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 (영화 등)

마음 따듯해지는 인생드라마 "나의 아저씨" (Feat.넷플릭스 6월 10일 업데이트 예정, MY M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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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가, 좋지 않았다가 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나날들이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는 와중에 드라마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아저씨"다. 2018년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이며, '미생'과 '시그널'을 연출한 tvN의 간판 김원석 PD가 연출을 맡고, '또 오해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해영 작가가 극본을 썼다. 주연배우는 이선균과 아이유(이지은), 그리고 고두심과 박호산, 송새벽, 김영민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드라마로 주가가 높은 채널, 검증된 배우와 스탭, 뛰어난 작품의 3박자가 어우러진 작품답게 "나의 아저씨"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분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경쟁작들인 '미스터선샤인', '눈이부시게', '스카이캐슬' 등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작품들과 경쟁하며 받은 상이라 더욱 가치있게 느껴지는 상이다.

최대 시청률은 3.9%로 시작하여, 마지막회에서는 최대 시청률인 7.4%를 기록했다. 최근 '부부의 세계'가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다소 적은 수치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당시 분위기에서보면 충분히 성공한 드라마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많은이들에게 '인생드라마'로 남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이 무엇인지, 도대체 어떤 부분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이 따듯해지는 인생 드라마"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그리고 이와함께 훌륭한 드라마지만, 다소 아쉬운 설정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어보도록 하자.


1. 아이유, 이지안의 웃음과 '밥 좀 사주죠'

드라마가 처음 시작하고 걱정이 되었다. 첫 화부터 느껴지는 과도하게 어두운 분위기와 웃음이 없는 주인공들 때문이었다. 물론 지안이 할머니와 달려가는 장면에서 크고 밝은 달이 나오면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어두운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나마 이선균이 연기하는 박동훈은 헛웃음이라도 종종 지었지만, 아이유가 연기하는 이지안은 아예 웃음이 없었다. 그렇게 6회가 지나가고, 7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처음 지안이는 웃는다. 동훈과 만나 맥주 한 잔 하면서 드디어 웃는다. 그 웃음이 어찌나 이쁜지 보는 사람도 함께 미소가 지어진다. 근데 이 미소는 안심의 미소다. 극중 지안의 캐릭터가 어두운 것은 알지만 6회나 웃지 않는 여주인공이 있는 드라마가 있었을까. 그래서 지안이와 더불어 아이유도 걱정이 되던 찰나였는데, 드디어 아이유가 웃었다. 그 모습이 참 이쁘면서도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 때부터였을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이 따듯해지기 시작했던 순간이다.

그 이후부터 종종 나오기 시작하는 '밥 좀 사주죠'라는 이지안의 대사와 문자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지안체라 불러도 좋을 대사다. '밥 좀 사주죠' 덩달아 내 마음도 따듯해지는 대사, 그리고 문자다.

2. 이선균, 박동훈의 분노와 불륜

이선균이 연기하는 박동훈은 깔끔하고 이상적인 회사원의 표본으로 나온다. 그래서 조금은 어둡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는 인물이다. 삼형제 중에 둘째다. 첫째에 밀리고, 막내에 양보해야 하는 둘째다. 우리 아버지도 둘째셨는데 비슷한 느낌이 있다. 어떤 가족이든 대체적으로 둘째는 조금 억울하다. 

박동훈은 자기가 희생하고 참으면 아무일 없이 조용히 세상이 돌아갈거라는 믿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본인의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은 하지 않으며 살아가는데, 그레서 힘겨워하고 자기 자신의 욕망은 최대한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박동훈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순간은 배우자의 불륜이다. 불륜을 그저 알게 되었을 때는 참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본인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아내가 알아차린 순간 그는 참을 수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끈을 놓아버리고 분노한다. 절규에 가까운 분노. 울부짖고, 흐느끼며 "넌 나한테 사망선고한거야"라는 말을 할 때, 나는 불륜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간접적으로 느꼈다. 

요즘 '부부의 세계'를 통해 남편들의 불륜이 이슈화되고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혼한 배우자를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한 사람은 물론, 가정이 망가지는 그런 일이다. 불륜을 저지르지 않을 각오가 없다면 결혼을 하지 않는게 맞다.

3. '아무것도 아니야', '고맙다', '행복하자' 공감의 말들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흘러가지만, 그 안에 따듯함이 있다. 그리고 그 따듯함을 담고 있는 말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니야" 박동훈이 이지안에게 들려줬고, 이지안이 박동훈이 필요로할 때 그 말을 다시 들려준다.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었던 박동훈은 그 한 마디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고맙다"와 "착하다" 이지안에 대해서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박동훈이 지안이에게 해주는 말이다. 나는 박동훈이 이 말들을 해줄 때 두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는 마음이 따듯해지는 기분. 그리고 두 번째는 '어른의 말'이다. 나이만 먹은 어른이 아니라 인생의 깊이를 아는 어른의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박동훈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온도로 '어른의 말'을 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지안을 처음 웃게했던 '행복하자'라는 말도 그렇고, 아내와의 통화에서 항상 박동훈이 했던 '뭐 사갈까'라는 말도 그렇다. 마음 따듯해지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은 말들이 "나의 아저씨"에는 있다.

4. 아이유의 인생연기, 배우 이지은의 발견

나는 아이유가 연기한 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최고다 이순신', '호텔 델루나' 등 꽤나 좋은 시청률을 거뒀던 작품들도 못봤다. 그래서 아이유의 연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의 아저씨"에서 나오는 '이지안'은 아이유가 아니라면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 어두운 분위기와 느낌은 오로지 아이유, 이지은만이 할 수 있는 연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동안 가수 '아이유'밖에 몰랐다. 하지만 "나의 아저씨"를 통해 배우 '이지은'을 알게 되었고, 안그래도 좋아하는 아이유를 더욱 더 좋아하고 또 나이와 상관없이 존경하게 되었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도청과 폭력

대부분이 좋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첫번째는 폭력이다. 1화부터 지안이는 장기용이 연기하는 광일이에게 맞는다. 빚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맞는다. 가차없이 맞는데, 진짜 폭력적이다. 남자가 남자를 때리는 것과는 느낌이 다른 일방적인 구타다. 극을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은 아니지만, 장기용이 연기를 잘해서그런지 너무 실감이 난다. 기분이 그다지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그리고 도청이다. 사실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내가 도청을 주변에서 경험하지 못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도청이 이지안처럼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 비현실성이 불편하다. 그리고 도청이라는 장치는 사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잘 쓰지 않는 소재 중 하나다. 왜냐하면 만나지 않고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그런 마법과도 같은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도청이 전체적인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도 좋고, 극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도청과 폭력적 장면을 이유들로 혹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이해할 수 있지만, 불편한건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민감하면 드라마를 받아들이는데 조금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사실 내가 그랬다. 나는 예전에 이 드라마를 보다가 그만뒀다. 폭력까지는 참고 봤는데 도청이 메인 스토리가 되는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 불편함을 제거하고 드라마를 보니, 어느새 마지막화에 다다라 있었고, 장례식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스며들듯, 마음이 따듯해지는 드라마다.


약 2주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정주행한 드라마다. 한 번 봤다가 그만둔 드라마를 처음부터 다시보는 일은 '나의 아저씨'가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위로가 필요한 나날이었다. 별일없이 일상을 살아내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작은 위로를 받고 싶은 그런 시점. "나의 아저씨"는 그런 나에게 더할나위 없는 위로가 되었다. 세상 무엇보다 따듯한, 그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어떤 어른으로 살아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렴풋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나의 아저씨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과 배우분들께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고맙다, 그리고 행복하자" (존댓말로 해야하지만, 느낌이 살지 않으니까 이선균톤으로 읽어주길 바라며)

아 그리고 제목에 써둔 것처럼, 'MY MISTER' 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에도 업데이트가 된다고 하니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은 이 작품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당신의 인생 드라마가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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