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본 드라마는 '킹덤'이다. 요즘은 '부부의 세계'가 그렇게 핫하다고 하는데, 하이라이트로 접했을 뿐 제대로 보지 않았다. 장르는 다르지만, '스카이캐슬'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드라마같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중충하며, 전개는 자극적이고, 현실에 있을 법하고, 또 어느 정도는 존재하는 이야기. 나는 '스카이 캐슬'을 봤다. 끝까지 봤는데, 사실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공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내게 있어 요즘 더욱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멜로가 체질'이다. 대사 하나하나가 감칠맛나고, 나랑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것도 아닌데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에 공감이 갔던,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해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매니아층을 형성했던 웰메이드 드라마다.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유튜브에서 자꾸 하이라이트를 보여준다.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영상들을 보며 출/퇴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하이라이트를 보게 되니까 각 커플의 이야기를 몰아서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커플마다 매력포인트가 다르기에, 같은 드라마지만 각기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멜로가 체질'에 등장하는 커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천우희 x 안재홍 - 주인공 커플, 도른자 1등
처음에 이 둘이 주인공 커플로 낙점되었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잘어울리는 커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었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를 이겨내고 이들은 극강의 케미를 보여주며 주인공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작가와 PD, 함께 드라마를 만들면서 사랑도 만들어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 사실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멋진모습보다 재밌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감과 웃음, 그리고 때로는 진지함을 보여주는 멋진 주인공 커플이다.
2. 전여빈 x 손석구 - 갠취 저격 커플, 욕주고 받으며 싹튼 애정
주인공 커플의 똘끼 케미도 좋지만, 그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커플이다. 전여빈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첫 작품이 터지면서 돈벼락을 맞았지만 쿨하게 기부하는 멋진 여성이다. 그리고 지난 사랑의 아픔도 가지고 있다. 손석구는 볼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남자다. 카리스마와 욕으로 촬영장을 휘어잡는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기부와 봉사를 병행한다. 멋진 사람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커플 케미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 너무 딱 맞다. 멋있는 커플이고, 닮고 싶은 커플이며, 또한 나는 될 수 없는 커플이다. 저렇게 기부할 자신이 없다. 부자가 되면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기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 커플은 정말 멋있는 커플이다. 차가워보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전여빈과 손석구의 짧고 가벼운 대화가 오고가는 그 케미는 참, 매력적이다.
3. 한지은 x 공명 - 귀여움과 귀여움이 만나서 기분좋아지는 커플, 하지만 아쉬운 마무리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 중 가장 귀여운 캐릭터인 한지은, 그리고 모든 성인 남자 캐릭터 중 가장 귀여운 공명. 이 둘의 귀여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 봐야한다. 특히 공명이 한지은에게 욕을 못할거같다고, 깐족거리는데 한지은이 본인이 욕잘한다며 투닥거리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만, 이들을 둘러싼 다른 상황들과 그로 인해 이뤄지지 못하는 이들 커플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4. 이주빈 x 김명준 - 여배우와 매니저 커플, 매니저의 치명적인 매력
이 커플도 빼놓을 수 없다. 조연의 커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주연으로 봐도 될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커플이다. 이 커플은 남자 캐릭터가 하드캐리한다. 여배우와 매니저, 배우를 아끼는 매니저의 모습에 남자인 나도 반할뻔했다. 이쁜 배우에 비해 조금은 부족한 외모를 가진 매니저지만, 매력으로 그 부분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김명준 배우가 뭔가, 매니저 역할과 너무 잘어울린다. 이렇게 표현하긴 좀 그렇지만, 매니저처럼 생겼다. 그래서 이 커플에 더 집중하고 빠져들며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영양사로 나오는 이지민과 안재홍의 친구로 나오는 허준석의 러브라인, 케이블 방송사 드라마팀 팀장과 잘나가는 작가 커플도 충분히 매력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입체적인 캐릭터다. 모든 캐릭터가 살아 있다. 감정을 이입해서 보게 된다, 버릴 캐릭터가 없는 드라마다.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찰진 대사가 어우러진다. 시청률이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마 아직 드라마를 못본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를 보기를 권한다. 아니, 그냥 이 드라마는 봐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30대, 혹은 30대에 접어드는 여성분들이라면 꼭 보길 권한다. 당신의 이야기가 이 안에 있다. 혹시 없더라도,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기분좋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볍고, 유쾌한데 공감이 가는 그런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다면, '멜로가 체질'을 만나보시라. 유튜브 등을 통해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봐도 좋지만, 여유가 된다면 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버릴 캐릭터가 없으니까, 버릴 장면도 없다. 나는 주인공 커플인 '천우희 x 안재홍 커플'과 많이 고민했지만, 쿨한 전여빈과 담백한 손석구의 매력에 빠져 '전여빈 x 손석구 커플'을 최고의 커플이라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고, 당신의 취향을 저격한 커플은 어떤 커플인지 떠올려보는 것도 기분 좋은 시간의 연장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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