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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 (영화 등)

남과 여(2015), 사랑을 대하는 남자와 여자의 태도에 대한 영화 (Feat. 공유와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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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남는 영화다. 아마 결혼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영화에 대한 감상평은 다를 것이다. 그 이유는 영화가 불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시작하는 지점에 대하여, 그리고 시작된 사랑과 현실적인 제한사항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현실적인 제한사항'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에서는 "불륜"을 소재로 가져왔다. 간혹 이런 경우,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이유보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져왔다는 사실 자체가 영화의 메인 이슈가 되는 이유가 종종있다.

그렇지만 이윤기 감독의 '남과 여'는 그렇지 않다. 관객들이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 불륜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만지 않다. 잘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인 소재를 가져왔지만, 그 소재로 인해 영화의 중심 주제를 벗어나게 하지 않았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표현하는 영화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배우들의 힘이 크지 않았나 싶다. 공유와 전도연이 주연 배우로 출연했다. 그냥 단순히 잘생기고 예쁜 것을 넘어선 배우들이다. 관객들이 그 캐릭터에 몰입하게 해주는 배우의 기본 역할을 너무도 훌륭하게 소화해주는 배우들이다. 19금 영화이고 불륜 영화이기 때문에 정사씬도 등장하는데, 특히 이 부분에서 두 배우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장면을 보고 두 배우의 몸짓과 눈빛을 보고 있다보면, 야하다는 생각이 아니라 두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확실히 멋진 배우들이다. 

가볍게 영화에 스토리, 그리고 남자와 여자 각각의 사랑이 시작된 지점과 제한된 상황에서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1. 핀란드 숲 속,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두 남녀가 만나다

영화는 핀란드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를 가지고 있는 기홍(공유)과 상민(전도연)은 핀란드의 국제학교에서 만난다. 아이의 문제로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두 사람은 그 걱정으로 먼 북쪽에 있는 캠핑장까지 동행하게 되고, 때마침 찾아온 폭설로 도로가 끊기게 된다. 그리고 하루밤을 보내게 된다.

아마 둘은 첫 눈에 어느 정도 호감이 생겼을 것이다. 먼 이국에서 만난 한국사람, 게다가 자신과 같은 이유로, 이 곳을 찾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배우자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상황에 의해 두 사람의 사랑은 불붙게 된다. 하지만 불이 붙더라도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래도 여성인 상민은 기홍을 조금 더 경계한다. 자신의 일만으로도 복잡하기에 더 이상 누구와도 엮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에 반해 기홍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상민을 만나자 반가워하며 친근하게 대한다.

2. 남자가 사랑이 시작된 지점

기홍의 사랑이 시작된 지점은 아마 하루를 같이 보내면서부터, 그리고 대화를 시작하면서부터일 것이다. 기홍을 경계하던 상민은 계속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기홍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한다. 그리고 잠자리도 함께하게 된다. 이 시점부터 기홍은 이미 상민을 사랑하게 되었다. 결혼 이후, 지루하고 벗어나고 싶은 하루하루를 보내다 간만에 가슴뛰는 상황을 맞이했다. 기홍은 다소 빠르게 사랑을 시작했다.

3. 여자의 사랑이 시작된 지점

상민의 사랑이 시작된 지점은 다소 다르다. 기홍과 잠자리를 했으나 그건 사랑이 아니다. 그저 일탈, 그리고 하루의 유흥, 불장난일 뿐이다. 다시 만날 일 없는 남자와 평생 혼자만 간직하게 될 이야기가 있었을 뿐이다. 잊으면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사랑을 시작해버린 기홍은 계속 상민에게 다가온다. 그렇게 다가오는 기홍에게 상민은 비로소 마음을 연다. 상민은 기댈 곳이 필요했고, 기홍은 차분하게 그 기댈곳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여자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4. 시작된 사랑과 제한된 상황 속, 남자와 여자의 선택

남자인 기홍에게는 딸이 있다. 아내도 있다. 딸과 아내는 각각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 문제들이 기홍을 짓누른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모두 기홍만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기홍은 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기홍은 사랑이 아닌 현실을 선택한다. 하지만 여자인 상민은 다르다. 사랑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다. 지금 시작된 사랑이 없다면 나머지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쥐고 있는 모든 것 (남편과 아들)을 내려놓고 사랑을 선택한다.


둘은 다른 선택을 했다. 그래서 이뤄지지 못한다. 모든 남자와 여자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정말 잘그려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남자에게, 그리고 여자에게, 미혼자에게, 또 기혼자에게 받아들여지는 바가 다르겠지만 다소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면 사랑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를, 그리고 그것을 이렇게 잘그려낸 영화에 공감하게 된다.

관객수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의아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극장에서 보기보다 안방에서 보기 더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배우들이 출연한,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다.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영화를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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