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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 (영화 등)

영화 윤희에게, 이번에도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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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어느 정도 적응해가고 있다. 벌써 국내에 확진자 발생 이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아직 완벽히 바이러스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거리를 보면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20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대부분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코로나를 빼놓고 이야기해보자. 코로나가 아니라면 2020년 상반기 대한민국에 남을 키워드는 무엇일까.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배우 김희애씨가 주연으로 등장한 '부부의 세계'가 하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화제가 된 드라마다. 시청률이 거의 30%까지 올라갔다. 11시라는 늦은 시간에 방영되었으며, 19세 이하 시청금지 드라마였음에도 이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 흥행 정도가 어머어마했다는 것이다.

흥행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연배우였던 김희애의 힘이 컸다. 오늘은 그 김희애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윤희에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19년 11월에 개봉하였고, 약 1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영화의 소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재다. 그리고 내용은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깊게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영화의 분위기와 김희애의 연기,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잔잔하게 애틋한, 특유의 분위기

영화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국에서의 윤희는 지겨운 삶을 살아간다. 살아갈 이유를 잃은, 생기가 없는 윤희다. 영화 중후반부는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일본에서의 윤희는 한국에서의 윤희와 다르다. 그리고 영화는 대부분 이 일본에서의 분위기를 우리에게 남긴다. 

눈이 많이 쌓여있는, 오랜 친구이자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 그리고 친구보다 더 깊은 사이일지 못한 친구가 사는 동네로 간다. 윤희는 어릴 때 카메라를 좋아했다. 그리고 딸인 새봄이도 카메라에 취미가 있다. 이 모녀가 카메라로 서로를 담는 모습이 잔잔하지만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냥 잔잔할 수도 있고, 애틋하기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한 단어로 영화 분위기를 표현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잔잔하게 애틋하다. 풍경이 그렇고, 이들의 대화가 그렇다. 극 중 '쥰'의 고모로 나오는 분이 주문처럼 하는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라는 대사가 그 분위기를 요약해서 보여준다. 마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드는 영화다. 

2. 어떤 옷도, 어떤 대사도 자연스럽다. 김희애니까

한국에서와 일본에서 김희애는 다른 사람같다. 한국에서의 윤희는 생기가 없다. 삶의 목표와 방향 따위는 잊어버린채, 그저 흘러가는 난파선같다. 딸인 새봄과의 대화에서 "엄마 왜살아?"라는 말에 잠시 침묵하는 모습과 그후로부터 오고가는 대화에서 그런 윤희를 대놓고 보여준다. 식당일을 하는 윤희는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 자주색 패딩. 오로지 보온이라는 목적만을 위한 옷을 입는다. 그리고 한국에서, 윤희는 눈치보듯 숨어서 담배를 태운다. 쪼그려 앉은채로.

하지만 일본으로 떠난 윤희는 다른 사람이 된다. 새봄과 대화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생기를 볼 수 있다. 활발한 생기가 아니다. 잔잔하지만 은은하게, 사람의 향기가 나는 대화를 한다. 그리고 윤희는 자주색 패딩을 벗고 코트를 입는다. 담배는 딸과 함께 멋지게 태운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다. 그 완벽하게 다름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내는 김희애다. 상반된 두 윤희의 모습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멋지게 표현할 다른 배우가 있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3. 기억에 남는 윤희와 새봄의 대화

영화를 보면서 엄마가 떠올랐다. 어제 엄마와 잠깐 다퉜다가 산책을 하며 화해했기 때문일까. 영화가 엄마를 다루는 영화니까 떠올랐을까. 엄마가 떠올랐다. 주제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지만 윤희와 새봄의 대화는 되게 현실감있는 모녀의 대화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툭툭 내뱉는 새봄이의 대사,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윤희에게 상처가 될만한 말들. 알고 있는 듯 알 수 없는 듯 대화 전에 틈을 주는 엄마 윤희의 짧은 답변. 그냥 그런 것들을 보면서 되게 엄마가 생각났다. 영화 속에 있는 윤희와 같은 스토리는 아니겠지만, 우리 엄마에게도 그리고 모든 엄마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 세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아내나 엄마가 아닌, 내게 충실하고 싶다"라고 인터뷰한 김희애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영화 포스터나 리뷰만 간단히 봐도 알겠지만 스펙타클하거나 무슨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영화가 아니다. 잔잔하다. 그리고 나름의 주제를 담고 있다. 그 주제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나는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김희애 배우의 깊은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잔잔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보면 좋을 영화, '윤희에게'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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