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은 그 사건을 계기로 시작이 됐어요.
그 이후 저는 1년이 지나
19살에 범인을 제대로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저에게 그렇게 하고 간 사람은
음.. 제 또래의 남자분 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 아이 역시,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하여 그렇게 됐단 이야기였어요.
한 겨울 길을 지나가는 저를 보고,
저 사람에게 그리 해오면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 약속했던가보더라구요.
이 사실이 듣기 힘들었던 이유는,
그렇게 그 아이 역시 피해자라면,
도대체 나는 뭐지?
내가 겪은 건 뭐지?
라는 생각이 가장 가슴 무너지는 일이었어요.
이젠 조금 어른이 되어 그런 것의 분별력이 생겼습니다만,
돌아보고 너비보면 그 때
이 일이 생긴 건 니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생각보다 많은 성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거에요.
나는 나와 같은 일을 겪은 가수를 보며 힘을 얻고 견뎠어요.
혹시나 혹시나
아직 두 발 발 붙이며 노래하는 제가
같은 일, 비슷한 일을 겪은
누군가 들에게 힘이 됐음 합니다.
오늘 참 오래된 앨범의 녹음을 끝낸 기념,
밤잠처럼 꾸준히 다닌 심리치료의 호전 기념!
글을 남겨요.
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11년이 걸렸네요.
저의 첫 발작은 17살 때였고,
18살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극심한 불안증, 발작, 호흡곤란, 불면증, 거식폭식 등이 따라붙기 시작했어요.
(아마 이거만으로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은,
무슨 일인줄 알죠, 고생 많았어요 정말.)
치료를 한다고는 했지만 맞는 의사 선생님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 때 당시엔 병원 가는 걸 큰 흠으로 여길 때라 더 치료가 못되었네.
거기에 내가 살아왔던 환경도 증상에 크게 한 몫 했을 거고.
(엄마 미안! 하지만 노래하기로 맘 먹은 이상, 알죠.?)
그렇게 이십대가 된 나는 24살~29살까지 소원이
제발 제발 진짜 조금만 행복해지고싶다.였는데,
그게 맘 먹고 행동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좋은 생각만 하고 싶어도, 열심히 살고 싶어도
마음 자체가 병이 들면 자꾸만 무너지는 거라.
.
그렇게 긴 시간 나는 병과 함께 성장했고
이제는 그것이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요즘.
1.우선 행복이란 단어 자체를 내려놓았고
2.나는 낮은 자존감에 묶일 수 밖에 없는 삶을 지나온 걸 인정했고
3.무엇보다 일년간 약을 꾸준히 복용했더니
많은 증상들이 호전됨.
(그 전엔 약에 대한 반감에 길게는 삼개월 복용이 다였음!)
18살에 앨범을 계획하며 내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하기로 다짐했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렇게 행한 이들을 보고 힘을 얻어서에요.
어릴 적에, 나랑 똑같은 일 겪고도 아님 다른 아픈 일 겪고도
딛고 일어나 멋지게 노래하는 가수들 보면서 버텼거든요.
내가 그랬던 거 처럼, 내가 받은 그 용기를 내가 조금만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그럼 내가 겪었던 사건들도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이 최악의 상황에도 저를 붙잡았던 것 같고
지금도, 그럴 수 있다면 참 맘이 좋겠다 싶어요.
첫 타래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읽기에 괜찮을까 염려되고 미안해요
긴 글 여기까지 왔다면 또 고맙구.
잘하는 게 이야기 뿐이라
조금씩 앨범과 함께 이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보려해요.
아주 사적인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아픔과 불안은 생각보다 많이 닮은 것 같더라.
10년차 싱어송라이터 장재인이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쓴 글입니다. 이번에 제작하게 될 앨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더 직접적으로는 과거 성폭행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재인이 18살에 겪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장재인의 나이를 모르기 때문에 정확히 몇 년 전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온전한 성인이 되어 겪은 일들도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성인이 되기 전에 학생 때 저런 일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에게 겪었습니다. 어른이 되기 이전에 겪는 경험들은 우리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나게 되느냐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예민할 16~19살의 나이에 겪는 일들은 더 그렇습니다. 장재인씨가 지금 순간까지 잘견뎌내고, 이겨내서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일이 참 고맙고 멋지게 느껴집니다.
장재인에게 성폭행을 한 가해자는 괴롭힘을 당하다가, 그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슬픈 이야기입니다. 얼마나,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본적으로 본인의 괴로움을 다른이에게 떠넘기고자 했던 행동이고, 그 행동 자체가 너무너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큰 잘못입니다. 그리고 아마 그 성폭행범은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애초에 이 성폭행을 하면 괴롭히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정도로 인간이 되지 않은 녀석들입니다. 더 괴롭히거나 더 무리한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 장재인은 지금 멋진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일이지만 저렇게 큰 일을 고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본인에게 득이 될 것이 없습니다. 인스타그램 글에 남긴것처럼 정말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 위해 고백을 한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조금 더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앨범이 나오면 꼭 들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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